얼마 전 시골로 귀촌하신 부모님께서 적적하실 것 같아 크리미를 시골로 입양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집안에만 있을때보다 훨씬 활동적이고 햇볕을 쬐는 크리미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보였습니다.

 

 

 

시골 생활을 한지 2년이 다되어가는 얼마 전 일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연락오셔서 집 근처로 이상한 고양이 몇마리가 요즘 보인다는 것. 크리미 녀석은 뱀이나 곤충 등에게는 용맹이 싸우면서 자신의 동족 고양이만 보면 다가가지 못하는 특이한 녀석이었습니다.

 

 

 

그냥 동네 야생 고양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저번달 말일에 크리미 간식을 사들고 시골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생각지 않은 장면을 보고말았습니다. 크리미의 무덤.

 

 

"어떻게 된일이야? 무슨일인데요?"

 

밭에 다녀온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들으니, 그 돌아다니던 고양이가 고양이가 아니라 삵이었다는 것. 제가 마음아파할 것 같아 연락하시지 않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고, 순간 산을 송두리째 불태워서라도 그녀석을 잡고 싶었습니다.

 

 

너무 흥분한 저를 보시고 아버지께서 진정하라며 다독이시며,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삵'이라는 녀석은 야생 고양이과로 고양이계의 늑대라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언뜻 보기에는 고양이에 가깝기에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야생성이 강해 사냥본능이 특출나다고 합니다. 크리미는 다른 고양이가 다가와도 자리를 피해버리는 녀석이라 영역싸움을 하다가 죽은 것 같지는 않고, 삵에게 사냥 당한것 같으시다고 하셨습니다.

 

 

갑자기 저녁에 안들어오길래 걱정이 되어 다음날 아침에 사방을 뒤졌는데, 녀석이 피를 토하며 죽어 있는것을 아버지께서 발견하시고는 그 장면을 어머니께서 보시면 상심이 크실 것 같아 일단 묻어주고, 어머니께는 무엇인가 잘못먹었는지 죽어있더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셨다고 합니다.

 

 

처음 집 근처에 고양이가 얼씬거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엇인가 알지 모를 오싹함을 느꼇는데, 이것이 그 느낌이었나 싶었습니다. 많은 추억을 함께 한 크리미의 자리가 유독 크게만 느껴지네요. 가슴 먹먹함이 한동안 가시지 않아 무덤 근처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오게 되었습니다.

 

"편히 쉬길바래. 고맙고 사랑한다. 크리마"

 

 

정말 한참을 울다 온 것 같습니다. 이웃분들께서 혹시 시골에서 고양이를 키우신다면 주변을 좀 더 살피시고, 위험인자가 발생한다면 집안으로 들이시길 추천드립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한이라면 한이네요.

 

이웃분들의 행복한 반려라이프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